5월 첫 주 날씨가 너무 좋다. 이렇게 좋은 날씨에 도심에 있는것은 자연을 모독하는 일이라, 며칠전 문경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온 친구의 “신록을 느낄수 있고, 아이들 교육에 좋다.” 는 강력한 추천으로 문경으로 출발했다.
문경으로 가는 길에 차 밖으로 보이는 신록 – – – 옛분들이 왜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했는 지 알 것 같다. 녹색 !! 보면 볼수록 신비롭고 가슴 설레게 하는 색이다.
잠깐 쉬는 시간, 얘들이 민들레 꽃을 보면서 신기해 하고 있다. 민들레가 몸에 좋다는 것은 어떻게 알고 – – -
문경의 첫 번째 방문지는 일제시대 박정희 전대통령의 문경초등학교 교사시절 하숙집인 청운각이다. 박근혜대통령 취임 이후 부쩍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한다.
청운각 너머로 문경의 명산인 주흘산이 보인다. 조용한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산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매일 아침 일어나 하숙집 뒤편으로 보이는 주흘산을 바라보며 어떤 생각을 하였을까? 우연이지만 큰 인물들과 유명산은 깊은 연관이 있는 것 같다.
청운각 앞 주막에서 우연히 만난 문경새재 만복생쌀 탁배기, 주인 아저씨 말씀이 이곳 문경분들은 이 막걸리만 마신다고 한다. 도통 다른 술들은 맛이 없다고 하신다. 이 술을 빚는 양조장이 고종황제시절부터 시작하여 현재 3대째 하고 있다고 하여, 역사와 맛에 대한 기대감에 선뜻 2병을 구매했다.
두번째 방문지는 문경새재 도립공원이다. 무척넓다. 갑문, 세트장을 다 돌아 보려면 최소 3일은 걸릴것 같다. 그래서 14인승 전기차량에 탑승 속성 관광으로 끝내었다. 왠지 아쉽다. 나중에 얘들이 조그만 더 크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번 끝까지 걸어보고 싶다.
상주로 가는 길에 청운각앞 주막에서 주인아저씨가 말씀하신 문경새재 양조장이다. 구간판을 보니 역사가 예사롭지 않은 것 같다. 건물은 조그만하지만 시설은 현대적이고 위생적이다.
이곳 양조장에서 나오는 모든 술이 황토방에서 숙성되어 나온다고 하니, 지금까지 마셔본 막걸리들과 어떤 부분이 다를까? 하는 묘한 기대감이 앞선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청운각앞 주막에서 사온 만복 생쌀 탁배기를 시음할 시간이다. 라벨은 우유빛 막걸리 색과 대비하여 깔끔하다. 라벨에 청운각이라는 마크가 새겨져 있다. 마크의 정확한 의미는 알수 없으나, 양조장 역사가 3대째라면 일제치하에서도 술을 빚었을터, 그러면 소박한 음식과 막걸리를 즐겨드신 박정희 전 대통령과 조금이나마 연관이 있는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오늘의 메인 안주는 돼지목살구이와 오이소박이다.
만복생쌀탁배기의 부드러운 신맛과 잘잘한 탄산이 기름기가 적은 돼지 목살구이와 환상 궁합이다.
아삭한 오이소박이의 향긋한 오이향이 만복생쌀탁배기의 누룩향과 잘 어울린다.
첫 잔을 들이키고, 첫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 맛있다”이다. 달콤해서 맛있는 것이 아니라, 상쾌하고 기분좋은 맛 – – – 그런 맛이다. 과거 선비들의 청운의 꿈길이자 , 민초들의 땀길이었던 문경새재길의 고단함을 달래주는 시원한 청량제로 손색이 없었을 그런 시원한 맛이다.
술 빛깔은 쌀 100%로 만들어서인지 뽀얀 우유 빛이다. 다른 막걸리에 비해 탁도는 약하지만 목넘김이 편할 것 같다는 느낌을 주는 그런 색이다. 잔 가장자리에 작은 탄산이 뽀글뽀글 기분좋게 올라온다.
문경에 가면, 문경의 Must Drink 인 만복생쌀탁배기를 꼭 마셔보길 – – – 단순히 막걸리 한잔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그 한잔에 담겨있는 선비들의 청운의 부푼 꿈, 민초들의 고단한 삶 그리고 아픔에 저려있는 한국 근대사를 음미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