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이 천상병 시인하면 " 소풍", "귀천"이라는 시가 생각날겁니다. 유작중에는 막걸리를 워낙 좋아하셧던 시인이 남기신 "막걸리"라는 시도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 구절은 우리네 삶에 막걸리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다시한번 느끼게 합니다….
막걸리 – 천상병 -
나는 술을 좋아하되
막걸리와 맥주밖에 못 마신다.
막걸리는
아침에 한 병(한 되) 사면
한 홉짜리 적은 잔으로
생각날 때만 마시니
거의 하루 종일이 간다.
맥주는
어쩌다 원고료를 받으면
오백 원짜리 한 잔만 하는데
마누라는
몇 달에 한 번 마시는 이것도 마다한다.
세상은 그런 것이 아니다.
음식으로
내가 즐거움을 느끼는 때는
다만 이것뿐인데
어찌 내 한 가지뿐인 이 즐거움을
마다하려고 하는가 말이다.
우주도 그런 것이 아니고
세계도 그런 것이 아니고
인생도 그런 것이 아니다.
목적은 다만 즐거운인 것이다
즐거움은 인생의 최대목표이다.
막걸리는 술이 아니고
밥이나 마찬가지다
밥일 뿐만 아니라
즐거움을 더해주는
하나님의 은총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