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은지 기자= 국내 막걸리 대표주자격인 이동막걸리를 생산하는 '이동주조'가 탈세 혐의로 중부지방국세청으로부터 제조면허취소 처분을 받았다. 면허취소 처분에 대한 '청문 절차'가 남아있지만 대부분 처분이 합당하다는 결론이 나오는 만큼 이동주조는 사실상 회사 문을 닫아야 할 위기에 놓였다.
12일 국세청 관계자는 "이런 경우 해당 회사는 청문절차 과정에서 적극적인 소명행위와 행정소송 등을 진행 할 수 있지만 회사에서 제출한 자료 가운데 허위증명이 5% 이상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면허취소 처분이 가능해진다"며 "이동주조는 탈세를 위해 허위자료를 제출하는 등의 행태를 보여 면허취소 처분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이동주조가 면허취소 처분이 알려지면서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막걸리업계 간담회 장소가 부랴부랴 바뀌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농식품부는 지난 8일 이 장관과 막걸리업계 간담회를 이동주조 공장에서 진행한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간담회 참석자 명단에 하명희 이동주조 이사도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뒤늦게 이 사실을 확인한 농식품부는 간담회 당일 장소를 근처 민속박물관으로 변경하고 하 이사의 참석도 없던 일로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농식품부는 주류제조면허 승인과 취소에 대한 관리 감독의 권한이 없어 사후에 알게 됐다"며 "앞으로 막걸리 산업화를 위해 각종 지원을 활성화 해 이런 일을 사전에 계도하고 방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이동주조의 홈페이지는 폐쇄됐으며 하 이사와는 통화가 두절된 상태다. 이동주조 관계자는 "아직 청문절차가 남아있어 회사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할 말은 없다"고 밝혔다.
이동주조는 작고한 최희선 회장이 1957년 '한일탁주'를 설립한 이후 1995년 현재의 이동주조를 법인으로 설립했다. 이동주조는 1993년 '이동쌀막걸리'로 국내 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일본 수출의 물꼬를 텄다. 대일 수출의 90%를 담당할 정도로 승승장구하며 최고의 명성을 날리기도 했다.
이동주조는 2003년 수출 100만달러 달성, 2009년에는 수출탑 300만달러 달성의 영예를 안았으며 2010년 기준 매출액은 91억원, 총수출 402만불(44억원), 임직원 37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일본내 막걸리 인기가 잦아들고 롯데주류와 하이트진로에 일본 수출의 상당부분을 뺏기면서 이동주조의 총수출은 2012년 기준 248만불(27억원)로 반토막이 났다.
막걸리업계 관계자는 "지난 수십년간 맥주와 소주 등이 수조원에 달하는 발전을 한 반면 막걸리가 산업으로 성장하지 못한데는 막걸리 산업의 낙후성과 업체의 영세성 때문"이라며 "막걸리 시장 육성을 위한 정부 차원의 보다 적극적인 제도개선을 비롯한 정책적 지원과 업계의 자정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